Universal UX

노년층의 키오스크 사용 문제와 해결 방향

푸른염소 2022. 11. 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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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개월 동안 광주디자인진흥원의 디자인 멤버십 학생들을 대상으로 광주 유스퀘어(U-square) 버스터미널의 티켓 구매 키오스크 리디자인 프로젝트에 대한 멘토링을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광주 유스퀘어는 대면으로 발권하는 창구를 모두 없애고 모바일 앱 또는 현장 키오스크만으로 발권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모바일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의 경우 현장 발권에서조차 키오스크를 사용해야 하다 보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듯했습니다.

유스퀘어도 이런 부분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는 있어, 키오스크 옆에 '도움존'을 두고 현장 도우미가 직접 발권을 도와주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광주 유스퀘어의 현장 발권 키오스크는 젊은 사용자들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은 사용자 인터페이스로 구성되어 있었으나, 정작 젊은 사용자들은 이미 모바일을 통해 예매를 진행하고 오기 때문에 현장 발권자의 대부분은 일정 연령 이상의 사람들이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장 도우미분들이 교대 근무를 하며 항상 자리를 지켜도 업무가 매우 과도하다는 문제점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노년층이 키오스크를 사용하면서 느끼는 불편은 이미 여러 리서치를 통해 충분히 알려져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글씨가 잘 안 보인다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두려움을 느끼는 부분, 키오스크 사용에 미숙하다 보니 뒤에 대기자라도 있게 되면 심리적인 압박감까지 더해져 사용에 애를 먹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관련 논문을 인용하면 노년층이 키오스크를 사용하면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1위가 '복잡한 단계', 2위가 '다음 단계 버튼 찾기 어려움', 3위가 '뒷사람 눈치가 보임', 4위가 '그림, 글씨가 잘 안 보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약자를 위한 키오스크 디자인 가이드라인: 패스트푸드점 사례를 중심으로"

현장 리서치를 통한 문제 파악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가장 먼저 현장 도우미를 대상으로 In-depth Interview를 진행하였습니다.

노인들이 키오스크를 사용할 때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단계와 문제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서입니다.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노년층이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을 파악하여 개선한다면, 노년층의 사용성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키오스크 주위를 교대로 지키면서 과도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현장 도우미 인력의 업무도 줄어들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었습니다.

진짜 문제는 어려움이 아니라 두려움


현장 도우미를 대상으로 In-depth Interview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노년층이 가장 어려워하는 단계에 대해서 물었을 때의 답변은 다소 당황스러운 것이었습니다.

막상 인터뷰를 해보니 노인들은 키오스크를 쓰다가 어려운 부분이 있을 때 도우미를 불러 도움을 요청하는 행동 패턴을 보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대면으로 티켓을 구매할 수 있는 창구가 없고 오직 키오스크에서만 발권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 애초에 시도조차 하지 않고 처음부터 현장 도우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현장 도우미는 노인 고객에게 '도착지가 어디인지?', '몇 시에 탑승하기를 원하는지?', '좌석은 어떤 좌석을 원하는지?' 일일이 물어보면서 대신 조작을 진행해 주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립니다.

현장 도우미 인터뷰 이후 몇 분의 노년층 사용자를 대상으로 해당 키오스크를 사용하도록 해보았을 때, 대부분의 사용자가 큰 어려움 없이 티켓 구매를 진행했다는 점은 중요한 시사점을 남깁니다.

문제는 키오스크 UI/UX의 화면 단위 사용성 보다도 노년층이 키오스크 자체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더해서 키오스크 사용 중, 뒤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까지 있다면 더욱 어렵고 두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UI/UX 화면 단위의 개선 방향


이후 추가적인 리서치를 통해 개별 화면 단위의 문제점들은 상당히 개선의 방향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원칙 없는 버튼 구성이나 불친절한 피드백, 일부 화면의 과도한 복잡성 (예를 들면 도착 지역 선택 화면과 같은) 등에 대한 개선은 상당 부분 진행이 가능했습니다.

또한, 관찰과 인터뷰를 통해 현장에서 티켓을 구매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지금 표를 구매하고 있는 시간 기준으로 가장 빠른 버스 티켓을 좌석 위치와 상관없이 구매하기를 원한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그렇다면 시간 선택이나 좌석 선택에 대한 단계를 모두 줄일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결론에 도달하여, 빠른 구매 기능을 통해 기존 7단계의 구매 프로세스를 4단계로 줄이는 아이디어도 제안하였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실제 사용자 인터뷰와 관찰 분석을 통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UI/UX를 개선하는 데 있어서 사용자에 대한 리서치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화면 단위의 UI/UX 개선만으로는 노년층이 키오스크라는 기계에 대해 막연히 가지는 두려움을 없애고, 일단 기계 앞에 서서 시도를 해볼 수 있도록 만드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전체 동선이나 사용 환경적인 부분에서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개선이 고려되어야 충분한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보다 근본적인 개선 방향


그렇다면 노년층이 키오스크를 쓰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 방향은 무엇일까요?

첫 번째는 디지털 리터러시 향상을 위한 노년층 대상 교육의 확산입니다.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는 디지털 문해력이라고도 합니다. 디지털 플랫폼의 다양한 미디어를 접하면서 명확한 정보를 찾고, 평가하고, 조합하는 개인의 능력을 말합니다.
현재 노년층이라고 할 수 있는 60대 이상은 1950년대에 태어난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1950년대는 디지털이라는 문명의 도구가 전혀 없던 시대였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우 가난으로 하루하루 생활을 이어나가기도 어려운 시기였을 것입니다. 더 올라가 77세 이상의 노년층은 우리가 역사책으로만 배운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신 분들입니다.
이렇듯 대한민국의 현재는 초고도 성장으로 인해 엄청나게 다른 경험을 가지고 있는 세대가 함께 모여 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는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을 디지털 네이티브 (Digital Native) 세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미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를 다루며 살아왔기 때문에 디지털 리터러시 능력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우리 시대를 살고 있는 많은 노년층은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서 디지털 기기에 대한 친숙도를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부분에 있어 여러 정부 지자체들이 노년층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육이나 스마트폰 사용 교육, 키오스크 사용 교육을 하고 있는 부분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은 단순히 노년층이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노년층이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고, 앞으로 노년층이 될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들에게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교육일 수 있습니다.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지금 이 시점에 매우 중요한 이유입니다.


두 번째는 공공 키오스크에 대한 강력한 표준화 가이드라인입니다.

버스 티켓 구매 키오스크는 매우 사용하기 쉬운 편에 속하는 기기입니다. 이러한 기기의 사용 경험을 토대로 자신감을 가지게 된 노인이 영화관에서 영화 티켓을 구매하거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음식을 구매하는 시도를 한다면 어떨까요?
지금의 상황이라면 그 노인은 또다시 좌절감과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모든 공공 키오스크가 동일한 구매 버튼의 위치, 크기, 색상을 가지고 있고, 다음 단계로 진행하는 버튼은 모두 같은 자리에 있고, 구매를 원하는 상품을 탐색하는 과정이 거의 동일하다면 어떨까요?
노년층은 다양한 키오스크 사용에 좀 더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표준화는 기업의 자율성이나 창의력을 막는 규제라고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창의성을 중시하는 디자이너들은 이러한 방향에 반대의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앞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는 엄청나게 다른 경험을 가지고 있는 세대가 한 시대에 모여 살고 있는 지금 상황에 필요한 것이고, 차차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들이 고령화가 될 때에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개념이 될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노년층이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 겪게 되는 불편한 사항들을 단순히 화면상에 구현된 UI/UX의 개선만으로 해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서비스 시스템의 전반적인 고려와 함께 제도적인 고려가 뒷받침될 때 모든 세대가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UI/UX가 만들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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