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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운전면허증 UI/UX 개발 프로젝트 이야기

푸른염소 2022. 10. 17.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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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mobileid.go.kr

 

모바일 운전면허증이란?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설명하기에 앞서 국가 모바일 신분증을 먼저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바일 신분증은 개인 스마트폰에 안전하게 개인 정보를 저장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신분증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 ID 기술을 사용하여, 자기 정보 결정권을 강화하고,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신분증을 지향하는 첫 번째 국가 발행 디지털 신분증입니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이러한 모바일 신분증에 담기는 첫 번째 신분증이며,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시작으로 국가유공자증, 주민등록증, 외국인등록증 등도 지속적으로 개발될 예정입니다.
 
정부 정책과 편의성 사이
 
처음 모바일 운전면허증 프로젝트의 UX 디자인을 의뢰받았을 때 짧은 프로젝트 기간과 수많은 이해관계자 그리고 더 많은 사용자 층위에 대한 부담으로 상당히 어려운 과정을 예상했습니다.
 
특히,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사용하는 UX보다 이를 발급받기 위한 서비스 UX를 설계하는 부분이 첫 번째 난관이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모바일 서비스이라고 하면 기존의 대면 서비스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연상할 수밖에 없는데, 모바일 운전면허증의 경우 국가에서 공인하는 신분증을 완전히 비대면으로 발급할 수는 없다는 정부 기관의 입장과 서비스 UX를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UXer로서의 입장이 대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 IC 칩이 내장된 IC 운전면허증이 완전히 보급된 상태라면 해결이 가능하지만, 국민의 대부분이 기존의 아날로그 운전면허증을 보유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으로 정리되기는 하였습니다.
 
정부에서 시행하는 일이 우리가 일반 산업계에서 효율성을 중시하여 진행하는 일에 비해 훨씬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 일정 부분 수긍이 되어, 정부 정책의 신중함까지 고려해야하는 하나의 경험으로서 기억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더 다양한 사용자 계층

 

모바일 운전면허증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정말 많은 정부 기관과 개발 업체의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었다는 점입니다.
 
사업을 주관하는 행정안전부, 조폐공사뿐만 아니라 경찰청, 도로교통공단, 운전면허시험장과 주민센터에서 실제 민원 업무를 담당하는 모든 분들의 편의와 업무 효율을 고려해야 했으며, 신원 인증이 필요한 은행, 편의점 등의 민간 기업에 대한 고려도 해야 했다는 점은 UX를 설계하는 데 있어 매우 큰 어려움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해관계자 뿐만 아니라 사용자 계층에 있어서도 그동안 UX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경험한 것들 중 가장 폭넓은 층을 고려해야 했다는 점도 어려움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퍼소나(Persona)를 만들고 타깃 유저에 집중하는 방법론을 사용하곤 하는데 모바일 운전면허증 프로젝트는 현실적으로 퍼소나(Persona)를 만들 방법도, 만드는 의미도 없을 정도로 전 국민을 사용 대상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모든 디자인 방향을 유니버설 디자인 (Universal Design)의 철학에 맞도록 가장 쉽게, 가장 편리하게 만드는 것 이외에는 뚜렷한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상당히 광범위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UX Value Proposition
새로운 UX 철학의 재정립

 

모바일 운전면허증 프로젝트에서 자기 주권 신원 (SSI, Self-sovereign Identity)이라는 개념은 가장 중요한 핵심 철학 중 하나입니다.
 
자기 주권 신원은 개인정보의 주체가 스스로 정보에 대한 주권을 갖고 신원 인증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존의 신원 확인 방법이 신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에 의한 중앙화된 방법이었다면, 자기 주권 신원은 신원인 스스로에게 신원 관리에 대한 권한이 주어진 디지털 신원 확인 방식입니다. 이는 블록체인이라는 분산 기술이 개발되기 전에는 구현이 불가능하였으나 최근에는 이러한 기술의 발달로 가능하게 된 개념입니다. 

 

개인 정보의 사용 주체가 개인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까지 기술의 한계로 개인 정보에 대한 관리와 사용을 중앙 기관과 기업에 위임하여 왔기 때문에 개인은 편리함이라는 관성에 의존하여 정보 주권 의식이 매우 약해져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개인은 중앙에서 관리하는 개인 정보에 대해 최초의 약관 동의 과정만 거쳐서 사용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편리함과 효율의 가치를 추구하는 시대적 요구에 의해 개개인의 정보 주권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므로 사용성과 인식 개선이라는 두 가지 관점을 모두 고려해야 했습니다. 
 

국가에서 발행하는 모바일 운전면허증의 자기 주권 신원 철학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자기 정보를 반드시 확인하고 전송해야 하는, 조금은 불편해야 알게 되는 의미와 가치를 전달해야 했기 때문에 새로운 UX 가치 체계와 철학의 재정립이 필요했습니다. 개인 정보의 자기 주권화는 개개인의 현실 인식과 무관하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에 사용자의 자기 정보에 대한 인식과 태도도 함께 변화시켜 나가는 방향을 잡기로 했습니다.

 
https://marvelapp.com/blog/introduction-user-experience-design/
 
기존의 UX가 추구하던 가치는 Functional, Reliable, Usable, Convenient, Pleasurable, Meaningful입니다. 

 

즉, 정해진 기능을 잘 수행하는(Functional) 기본 가치가 충족되면, 좀 더 믿을 만한(Reliable), 어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는(Usable) 상위의 가치를 지향하게 되고, 이러한 가치를 넘어서게 되면 정말로 사용하기 쉬운(Convenient), 사용하면서 즐거움을 줄 수 있는(Pleasurable) 가치를 추구하게 됩니다. 그리고 UX의 최상위 가치로 사용자의 삶에서 중요한 의미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Meaningful) 가치를 지향하게 됩니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에서 제시하고자 하는 경험 가치는 Meaningful이라는 UX의 최상위 가치와 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과는 분명히 다른 부분이 존재했기 때문에, Enlightening UX라는 새로운 가치 개념을 만들어내게 되었습니다.
 
Enlightening UX는 편리함과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기존의 UX 가치 체계와는 조금 다르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약간의 인위적인 불편함의 제공이 필요하다는 가치 개념입니다. 
편리함의 가치에만 길들여져 있는 사용자에게 의도적인 허들 (Intentional Hurdle)을 제공하고, 이 과정에서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사용자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가치를 전달함으로써, 잠재적이고 점진적으로 사용자의 인식과 태도를 변화시키려는 의도의 UX입니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다양한 인증 방법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이러한 모든 인증 과정에서 자신이 정보 요구자에게 제공하는 정보가 무엇인지 확인해야만 최종 정보 전달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은행에서 신원 인증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면, 
 
1. 은행 창구 직원이 신원 인증을 위해 QR코드를 제시합니다.
2. 고객은 본인의 모바일 운전면허증 앱에서 QR Scan 기능을 열고 은행의 QR코드를 스캔하면, 은행에서 현재 요구하고 있는 개인 정보가 무엇인지 고객의 스마트폰에 보입니다.
3. 고객이 내가 은행에 제공하는 정보가 '성인 여부', '내 사진', '내 주소'라는 사실을 확인한 후 '전송' 버튼을 누르면 비로소 내 정보가 은행으로 전달되어 인증되는 구조입니다. 
 
경찰이 운전자에게 신원 인증을 요구하고 내 QR코드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1. 경찰이 운전자에게 모바일 운전면허증의 QR 코드를 보여달라는 요청을 합니다.
2. 운전자는 본인의 모바일 운전면허증 앱을 통해 나의 QR 코드를 제시하고, 경찰관은 QR 코드 스캐너로 시민의 QR코드를 읽게 됩니다.
3. 이때도 운전자는 경찰관이 자신에게 요청하고 있는 정보가 '내 사진', '이름', '운전면허번호', '운전면허 종류', '면허 만료일'이라는 내용을  내 스마트폰으로 전달받고, 이를 확인한 후에 '전송' 버튼을 눌러 내 정보를 전달하게 됩니다. 
 
기술적으로는 이러한 정보 확인 단계를 쉽게 스킵하고 추후에 알림을 주는 정도로 편리하게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편리함이라는 가치를 최우선에 두지 않고, 반드시 개인 정보를 제공하는 본인이 확인하도록 함으로써 개인 정보 전달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켜 나가는 부분을 중요한 가치로 UX를 설계했습니다.

 

 
한국적 미의 가치를 담은
Visual Direction
 
최초의 국가 발행 모바일 신분증이라는 점은 비주얼 디자인을 전개하는 데 있어서도 큰 부담이었습니다.
제한된 일정 내에서 정말 많은 방향의 시안 검토와 재 디자인을 거치는 과정으로 인해 담당 디자이너도, 클라이언트도, 개발팀도 정말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국가 모바일 신분증에 반드시 넣고자 했던 부분은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철학이었습니다. 
 
한국적인 미를 담기 위해 한국의 문양, 색, 철학을 다양하게 리서치하고 검토한 결과, 배경이 되는 이미지는 전통 문양인 삼태극을 차용하게 되었습니다.
삼태극의 노랑, 빨강, 파색은 각각 인간, 땅, 하늘을 의미하며 이의 조화를 태극의 유연한 패턴으로 형상화한 한국의 전통 문양입니다.
 
또한,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3가지의 컬러 테마를 제공하는데 이 부분에도 한국적인 색과 철학을 담아냈습니다.
첫 번째 테마색인 '천청색'은 한국의 푸른 하늘을 상징하는 색입니다.
두 번째 테마색인 '자황색'은 명예와 품격을 상징하는 색으로 전통적으로 왕실에서 사용하던 색입니다.
세 번째 테마색인 '옥색'은 고려청자의 아름다운 빛깔을 상징하는 색입니다.
 
초기 디자인은 각 테마색에 맞는 전통 패턴(구름, 곤룡포, 소나무와 학 등)도 고려하여 디자인하였으나, 디자인 고도화 과정에서 좀 더 심플하고 정제된 디자인을 위해 해당 부분은 정리하게 되었고, 구름의 움직임을 모티브로 한 부드러운 라인 패턴으로 마무리하였습니다. 
 
 
마무리
 
모바일 운전면허증 UI/UX 프로젝트는 많은 우여곡절과 어려움으로 기억되는 프로젝트입니다. 
 
예상했던바와 같이 정부 정책과 편리함의 온도 차이로 인한 불편 사항은 현재에도 깊이 고민하고 개선해야 할 지점이겠으나, 지금 이 순간에도 모바일 운전면허증 발급자의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앞으로 미래에는 모든 신분증의 체계가 디지털화될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첫 단추가 되는 경험을 만들어 냈다는 부분에서 나름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프로젝트였습니다.
 
모바일 운전면허증 UI/UX 프로젝트는 Reddot Design Award 2022에서 Winner를 수상하여 디자인적인 의미와 완성도에 있어서도 인정을 받았다는 점이 큰 보람으로 다가오는 프로젝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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